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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션 인사이트 #19 | 카테고리: K-OEM 벤더 특집 #3
K-OEM 시리즈를 돌아보며
이 시리즈에서 우리는 이미 두 거인을 만났습니다. Day 4의 한세실업(갭·나이키·빅토리아시크릿 공급)과 Day 11의 세아상역(언더아머·DKNY·자라 공급). 오늘은 규모는 작지만 각자의 전문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가진 두 기업, 풍인무역과 약진통상을 조명합니다.
이 두 기업을 이해하면 한국 의류 OEM 생태계의 다양성이 보입니다. 대기업만이 아닌 중견·전문 벤더들이 각자의 니치(niche)를 지키며 글로벌 패션 산업의 보이지 않는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PART 1: 풍인무역 (POONGIN Trading Co., Ltd.)
한눈에 보는 풍인무역
| 항목 | 수치 |
|---|---|
| 창립 | 1989년 |
| 본사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에이스하이테크시티) |
| 주요 제품 | 숙녀복, 간이복, 니트 |
| 기업 규모 | 중견기업 |
| 직원 수 | 107명 (국내 기준) |
| 대표자 | 박제형 |
| 전자상거래 | 온라인 판매 채널 병행 운영 |
풍인무역의 정체성: 여성복 특화 OEM 전문가
풍인무역은 1989년 창립 이후 35년간 여성복(숙녀복) 전문 OEM·ODM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한세실업·세아상역이 캐주얼·니트·스포츠웨어 전반을 아우르는 것과 달리, 풍인무역은 여성복·간이복·니트라는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 특화했습니다.
이 집중 전략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여성복 디자인의 복잡성(다양한 실루엣, 소재 조합, 디테일 처리)에 특화된 기술력과 경험이 쌓입니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여성복을 제대로 만드는 파트너"로 신뢰가 높아집니다.
글로벌 생산 기지
풍인무역은 국내 본사(영등포)를 중심으로 동남아·중미 생산 기지를 운영합니다. 구체적인 법인 위치와 규모는 비공개이지만, 업계에서는 베트남·인도네시아를 주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디지털 전환: B2B에서 B2C로의 확장
풍인무역이 최근 주목할 만한 점은 전자상거래 채널을 통한 직접 판매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통신판매업 등록: 2022년). OEM 기업이 자체 B2C 채널을 운영하는 것은 국내 의류 제조업체들의 새로운 생존 전략 중 하나입니다. 제조 단가와 소비자 판매가 사이의 마진을 자사가 취하는 구조입니다.
PART 2: 약진통상 (Yakjin Trading Corp.)
한눈에 보는 약진통상
| 항목 | 수치 |
|---|---|
| 창립 | 1978년 |
| 본사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성대로 |
| 주요 제품 | 니트셔츠, 니트바지 (편조의복) |
| 기업 규모 | 중견기업 (1000대 기업) |
| 직원 수 | 337명 (국내 기준) |
| 해외 생산 기지 |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아이티 |
| 주요 바이어 (역대) | GAP, Banana Republic, Old Navy, L Brands, American Eagle, Walmart, Nordstrom |
| 소유 변동 | 2013년 칼라일 그룹 투자 → 2020년 JS Corporation 인수 |
약진통상의 역사: 칼라일에서 JS Corp으로
약진통상의 역사에는 한국 중견 OEM 기업이 글로벌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고, 다시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되는 전형적인 패션 제조업 M&A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2013년: 미국 최대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Carlyle Group)이 약진통상 지분 70%를 약 2,048억 원에 인수. 칼라일은 약진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생산 역량에 투자 가치를 봤습니다.
2020년: 칼라일이 7년 만에 JS Corporation에 지분 전량을 약 143억 원에 매각 — 무려 원금의 1/14 가격에. 글로벌 경기 침체, 패션 브랜드의 발주 감소로 예상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칼라일의 약진 투자는 사모펀드 역사상 손꼽히는 실패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2020년 이후 JS Corporation 체제: JS Corp는 버버리, 코치, DKNY, 마이클 코어스, 케이트 스페이드, 랄프로렌용 핸드백을 생산하는 국내 가방 OEM 기업입니다. JS는 약진의 글로벌 의류 생산 네트워크와 자사의 액세서리 생산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추구합니다.
약진통상의 강점: 니트 전문성과 멀티 거점
약진통상의 핵심 경쟁력은 니트 의류 전문성입니다. 니트셔츠, 니트바지로 대표되는 편조의복은 일반 봉제 의류와 다른 기술이 필요합니다. 원사에서 편직, 봉제까지의 공정 관리, 신축성 있는 소재의 핏 관리, 패턴 유지 기술이 핵심입니다.
GAP·바나나리퍼블릭·올드네이비가 약진의 주요 고객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들 브랜드의 핵심 제품이 니트 소재의 캐주얼 의류이기 때문입니다.
해외 생산 기지 포트폴리오
약진통상은 4개국에 생산 기지를 운영합니다:
- 베트남: 아세안 지역 저비용 주력 생산지
- 캄보디아: 미국 수출 선호도 높은 지역, HOPE법 기반 아이티 보완 거점
- 인도네시아: 대형 생산 역량
- 아이티: HOPE Act로 미국 수출 관세 0%
특히 캄보디아 공장은 2,500명 이상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대규모 시설로, Walmart를 포함한 주요 바이어에 공급합니다.
K-OEM 소기업의 도전 과제
풍인무역·약진통상 같은 중견 OEM 기업들이 공통으로 직면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과제 1: 대형화 vs 전문화
한세실업·세아상역 같은 대형 벤더와의 경쟁에서 중견 기업이 선택해야 하는 전략은 두 가지입니다. 같이 커지거나(규모로 승부), 아니면 특정 카테고리나 고객군에 더 깊이 특화되거나(전문성으로 승부). 풍인무역은 여성복 특화, 약진통상은 니트 전문으로 각자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과제 2: 관세 리스크 대응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관세 인상 기조는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OEM 기업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티·캄보디아 등 관세 우대 국가 생산 비중을 높이는 것이 대응 전략입니다.
과제 3: ESG 요구 대응
글로벌 브랜드들은 공급망 ESG를 강화하며 OEM 파트너에게 환경·노동 기준을 점점 더 엄격하게 요구합니다. 약진통상 캄보디아 공장의 노동환경 문제가 해외 미디어에 보도된 사례는 ESG 관리가 브랜드 리스크로 직결됨을 보여줍니다.
과제 4: ODM으로의 전환
단순 OEM(바이어가 디자인 제공)에서 ODM(제조사가 디자인 제안)으로의 전환은 마진 개선의 핵심입니다. 두 기업 모두 ODM 역량 강화에 투자 중입니다.
K-OEM 중견기업의 AI 활용 방향
대기업 OEM과 달리 중견 기업의 AI 활용은 현실적 제약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음 세 가지 영역은 적은 투자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① AI 품질 검사 카메라 도입: 봉제 완성 단계에 AI 비전 카메라를 설치해 실 끊김·오염·사이즈 오차를 자동 감지합니다. 초기 투자 비용이 크지 않으면서 불량률 감소와 반품 비용 절감 효과가 큽니다.
② 3D 디지털 샘플링: 실물 샘플 없이 3D 소프트웨어로 소재·핏·색상을 시뮬레이션해 바이어에게 제안합니다. 샘플 제작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면서 ODM 역량을 어필할 수 있습니다.
③ 바이어 수요 예측 연동: GAP·Walmart 등 주요 바이어의 POS 데이터 공유가 가능하다면, AI로 재주문 패턴을 분석해 사전 생산 계획을 수립합니다. 납기 준수율이 올라가면 바이어 신뢰도와 재계약률이 높아집니다.
정리: K-OEM 생태계의 다양성
한세실업과 세아상역이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인이라면, 풍인무역과 약진통상은 각자의 전문성으로 글로벌 패션 공급망의 특정 틈새를 채우는 전문가들입니다. 이 다양한 규모와 전문성의 기업들이 함께 존재할 때 한국 OEM 생태계가 완성됩니다.
당신이 입고 있는 바나나리퍼블릭 니트 셔츠, 올드네이비 캐주얼 팬츠 — 그것이 한국 기업의 손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이제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다음 편 예고: [#20] 구찌(Gucci) —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유산과 사바토 데 사르노의 실패, 구찌는 어디로 가는가
